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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사례 보고

철학이 필요한 순간 - 제5019부대 기동대대
  • 작성자. 손규리
  • 등록일. 2020.12.13
  • 조회수. 466

올 해 처음으로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37사단 기동대대에 배정되었다는 매칭 결과 통보를 받고 정말 기뻤습니다. 2년 전부터 37사단과 인연이 되어 한국독서코칭전문가 자격증 취득 과정을 운영한바 있었는데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2020 독서코칭 프로그램으로 다시 용사분들과 만나게 된다고 하니 시작 전부터 설레고 반가웠습니다.

 

코로나로 이제나 저제나 언제 시작하게 될까? 기다리다 지쳐갈 무렵 독서코칭을 시작하라는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담당관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부대 출입은 어려운 상황이라 담당관이신 소령님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11월에 비대면 강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날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에서 책을 전달 받고 시간이 많이 지난 시점이라 보관하고 있던 책 중 십 여 권 정도가 분실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본부 측에 문의를 드렸더니 재 지급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첫 수업 일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명이 돌려보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제가 구입해 보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강의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주시느라 애도 써주셨고 무엇보다 기동대대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것이 너무 기뻐서 용사분들께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더니, 극구 사양하시던 담당관님께서도 고맙게 받아주셨습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을 하고 1120일에 1차시 독서코칭을 진행했습니다. 참석률이 저조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를 했는데 매 차시마다 신청인원 20명에서 거의 빠지는 분이 없으셔서 놀라웠고 무척 감사했습니다. 특히 대대장님께서 참석하셔서 본을 보여주시니 저도 힘이 나고 더욱 더 열정이 생겼습니다. 1차시 독서코칭 후 활발한 독후 활동을 위해, 대대에서 단톡방을 만들어주셨습니다.

 

4차시 도서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스벤 브링크만/다산초당)’이었습니다. 철학서이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단톡방에 중위님이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셨습니다.

 

강사님! 저녁식사는 하셨는지요ㅎㅎ 다름이 아니라 저는 철저한 공학도로서 철학에 대해 무지하며 철학 관련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대중적인 책만 읽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읽는 책은 읽는 사람이 철학에 대한 기본소양이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 써져, 저처럼 철학에 무지한 사람은 책을 읽으며 이게 무슨 소리지? 00주의는 뭐지? 이 철학자 누구지? 라는 의문에 인터넷을 찾아보고, 00주의를 이해하려면 또 000주의를 이해해야해서 흐름이 자꾸 끊어지고 내용이 이해도 잘 되지 않아 책을 읽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혹시 저 같은 사람이 이러한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가르쳐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래서 저는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전문적 개념어에 특히 어려움을 느껴 읽으면서 자꾸 검색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흐름도 끊어지고 책이 더 어렵게 느껴져 완독하기 힘들다. 그러니 책에 등장한 열 명의 철학자와 내용을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쭉쭉 읽어가면서 저자가 그 철학자들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궁극적인 주장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찾아보시라고 팁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책의 맨 앞과 뒤에 있는 시작하며마치며는 저자가 책 전체의 내용을 요약해 놓은 글이니 잘 읽어보실 것을 추천했습니다.

 

저녁 식사 후 잠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주어진다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단톡방엔 다양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단톡방에 올라왔던 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에서의 키워드는 '행복'과 삶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주관적 관점에서 느끼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보다는 나의 기쁨과는 상관없이 선을 실천하는 삶이 의미있는 삶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남을 도우면서 본인도 기쁨을 느껴야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의 기준에서 작은 일들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도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서 저자의 의견보다는 이 책에 소개된 니체의 이론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끔은 우리가 언젠가 죽을 운명이기에 더 열심히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가 줄어들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크던 작던 행복한 순간에는 이러한 회의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작은 일들에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죽는 날까지 의미 있게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상병님

 

서점에 가면... 가장 짧게 머무르고 어쩌면 스쳐가듯 손길하나 머물지 않았을 '철학' 코너를 떠올리며... 이 책은 내가 삶의 의미를 지탱하는 것, 즉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나는 행복한가? 행복을 소비하는가? 좀 더 읽어보고 생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 **대대장님

 

이번 독서코칭의 책인 '철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제가 같이 생각해 보고 싶었던 주제는 행복은 무엇일까? 입니다. 저는 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행복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벌지만 돈은 사실 사람이 편의성을 위해 종이나 철 따위에 가치를 매겨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돈을 벌기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일에 몰두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행복하다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물질적이고 주관적인 행복이 아닌, 사람이 진짜로 무언가를 바라지 않은 행복(목적 자체로의 행복)은 없을까? 아니면 나와 같이 군대생활을 하는 용사 분들과 강사님이 이루고 싶어 하는 행복에 대한 생각을 같이 나누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 *상병님

 

철학의 책은 처음 읽어보지만...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계속 '나의 삶이 괜찮았나? 라고 뒤돌아보게 되고 10가지의 소주제처럼 10번 이상은 뒤돌아본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인상 깊은 구절은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서 나온다'입니다. 의미 있는 삶? 이 책을 읽으면서 살아온 삶을 뒤돌아 봤지만 읽은 이후에는 행복을 위해 하루하루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철학과 관련된 책을 자주 읽어보려고 합니다. 이런 책들은 질문과 궁금증을 유발해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을 읽게 해주신 강사님! 감사합니다^^ 내일 같이 나누고 싶은 주제는 우리는 이 군대라는 곳에서의 행복을 위해 어떠한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낼 것인가? 입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모습으로 내일 뵙겠습니다^^” - **소령님

 

이렇게 독서코칭 전에 다양한 생각들을 먼저 공유하고 나니 독서코칭 시간의 주체가 코치인 제가 아니라 참석하신 간부님들과 용사 분들이 되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먼저 3차시 도서였던 타인의 미래(최해수/아르띠잔)’의 키워드 중 하나였던 웰다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8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 결정제도홍보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3차시 독서코칭 때, 소설 속에 웰다잉이라는 제도가 불치병 환자들의 존엄한 죽음이 목적이 아니라 청년실업 등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는 점에 대해 대대장님께서 비판해주신 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4차시 도서인 철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그것이 바로 주관주의도구주의입니다. 문학의 주제는 항상 철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소설을 읽고 철학서를 읽도록 순서를 배치했습니다.

 

저자는 덴마크의 심리학과 교수인데도 왜 심리학을 비판했는지,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는지 책에서 답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책의 부제가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인데 왜 삶의 의미를 찾는것이 아니라 되찾는것이라고 했는지 의견을 나누고, 열 명의 철학자를 통해 저자가 주장한 열 가지 관점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보았습니다. 용사 분들도 삶의 의미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란 의견을 많이 내주셨는데, ‘행복의 가치가 주관적이지 않고 보편타당한 객관성을 띠고 있는지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대장님이 질문하신 행복의 소비에 대해 행복은 소비 될 수 있는가?’ ‘행복을 소비한다는 것은 행복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닌 도구화 되는 것인가?’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의 의미는 무엇인지, 정말 가치의 도구화는 문제인건지, 책에서 언급 한 경험 기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경험 기계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 삶에서 경험만큼 의미도 중요한지. 많은 생각을 나눴습니다.

 

주어진 두 시간이 야속할 만큼 빨리 지나갔고,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단톡방에서 더 나누기로 하고 독서코칭을 마쳤습니다. 독서코칭이 끝나자마자 대대장님께서 독서 내용과 감상 등을 정리해 놓으신 A4용지 3장짜리 글을 단톡방에 올려주셨습니다. 저자의 생각을 비판하고 대대장님이 생각하고 계신 삶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놓은 글이었는데, 후에 대대장님은 당신이 레드팀역할을 맡기로 작정하고 의도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비판하셨다고 언질을 주셨습니다. 참 멋진 대대장님 이십니다.

 

경험 기계토론 때 그 시스템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펴주셨던 이**상병님은 단톡방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충성! 상병 이**입니다. 저는 '철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고 나서 처음에는 철학자들의 주장과 이론에 (共感)'공감'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제가 공감 했었던 그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니 반론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습니다이 책에선 죽음이 없다면 삶도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 하고, 죽음을 생각해야 비로소 삶의 주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 하는 걸까요? 저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시간이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더라도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 간다면 '죽음이 없어도 삶의 의미는 있고'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죽음 때문에 삶을 더 가치 있게 살 수 있다는 말보단 죽음이 있든 없든 내일 죽게 되건 100년 뒤엔 죽게 되건 신경 쓰지 않고 지금 주어진 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죽기 때문에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하고, 족적을 남긴다? 그건 삶 자체를 죽음에 (從屬)'종속'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살아있을 때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 보다는 지금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삶 자체'로 의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코칭 중에 사회 초년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냐는 용사 분의 질문에 대대장님께서 군은 사회와 단절된 곳이 아니다. 인생을 한 점들이 이어진 연장선이라고 봤을 때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삶 전체를 잘 산 것이 된다. 18개월도 하나의 점이고 점들이 이어진 삶 전체로 봤을 때, 지금 이 순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지금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 생활에 최선을 다하지 말고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답변해주셨습니다.

 

군대가 스펙이다라는 멋진 슬로건처럼 군독서코칭을 통해 우리 용사 분들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독서코치로서 이 귀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음에 뿌듯함과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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