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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책의 해, 여기는 병영독서 현장│③ 육군 9사단 왕도깨비부대] "부모님 사랑 느껴지는 시가 마음에 와 닿는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9-05 조회수 136

 

독서코칭으로 `자존감` 키운다


"사실 군대에 있는 동안 지적 활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커녕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만큼 군대라는 곳의 이미지가 어찌 보면 선입견으로 자리 잡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서코칭은 그 선입견을 깨게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책을 읽도록 독려하고 그 책의 내용을 강사와 함께 병사들이 참여해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교수법이어서 더 쉽게 용기를 내 참여할 수 있었다. 가끔 열띤 발표를 한 날에는, 그날을 위해 준비한 것이 보람찼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다. 자존감 상승, 간단해 보이지만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군 생활 동안 낮아지기 쉬운 자존감을 독서코칭을 통해 키울 수 있었다. 군 이미지 개선과 자존감의 상승, 그것이 내가 독서코칭을 통해 변한 점이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의 핵심인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원종욱 상병의 소감이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2012년에 50개 부대로 시작해 2018년 260개 부대로 확대됐다. 각 부대별 7회차씩 총 1820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각 부대별 50명씩 장병이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총 1만3000명의 장병들이 함께하게 된다. 참여 장병들은 주제도서를 1권씩 지급받고 미리 책을 읽은 후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의 체계적 코칭 방식은 군과 장병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의 경우, 인문학자나 독서 전문 강사가 군의 특수성과 20대 초중반 청년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 장점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책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 발표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장병들이 책의 내용을 내면화할 수 있게 돕는다. 강사들은 장병들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장병의 삶에 책의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들이 군에 적응하고 진로 고민 등에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코칭을 하는 것.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는 "장병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는 평생 독자로서의 독서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고, 독서를 통해 개인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이를 통해 장병들은 군복무 기간을 자기 삶의 흐름에서 벗어난 단절의 시간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자신을 연마할 수 있는 충전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군대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내일신문 ㅣ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지난달 29일 육군 9사단 왕도깨비부대에서 병사 33명을 대상으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집에 실린 `딸기철`이라는 시를 읽으며 떠오르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엄마가 딸에게 딸기를 사 줄 돈이 없어 딸이 딸기장수를 보지 못하게 하고 `딸기를 100원, 200원 어치만 살 수 있겠느냐`고 딸기장수에게 물었다가 혼이 났다는 내용입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제가 어릴 때 반지하 주택에서 어렵게 생활하셨는데 그때 중앙시장에 가셔서 제주 은갈치와 딸기를 사다 먹이셨고 `아주 맛있었다`는 얘기를 지금까지 하십니다. 그 일화가 생각나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지는 시의 내용이 와 닿았습니다."

◆병사들, 적극적으로 참여 = 지난달 29일 육군 9사단 왕도깨비부대에서 진행된 독서코칭 프로그램에서 김석진 일병의 말이다. 이날 33명의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코칭 프로그램의 주제도서는 나태주 시인의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는 시집. 아버지로서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들려주고픈 얘기, 삶에 관한 조언 등 따뜻하고 때론 가슴 뭉클한 내용들이 서정적인 우리말에 담겼다.

김상호 강사는 해당 시집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병사들과 소통했고 이날 프로그램 내내 병사들은 시집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병사들은 적극적으로 시집을 읽은 후 느낀 점을 털어놓으며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규환 상병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평소의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커서 자신의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표현 방법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서 "일상의 언어로 담을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담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시인만의 표현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이날 `미래에도 시의 가치는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창의력의 기반이 되는 것은 감성"이라면서 "감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를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육군 9사단 왕도깨비부대 병영도서관에서 김상호 강사와 병사 몇 명이 시집을 읽고 토론하고 있다. 


◆다양한 독서프로그램 운영 = 이날 독서코칭 프로그램에서 병사들은 `시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김 강사는 준비한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병사들에게 나눠 주면서 "부모, 애인, 친구 등에게 시를 쓰고 받는 사람의 주소를 적어 제출하면 직접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편지지에 시를 바로 쓰기가 쉽지 않은 만큼 연습지도 나눠 줬다. 병사들은 부모, 애인 등 편지를 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갔다.

김 일병은 "이과를 전공하고 있어 시집을 제대로 읽는 것은 처음인데 읽다 보니 가슴이 따뜻해져서 3번 정도 읽었다"면서 "시를 써 보는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이후 처음인데 새로운 시도였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대 내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 신병들과 책을 주제로 대화할 수 있다"면서 "최근엔 책을 읽고 고민거리에 대해 답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김경현 상병은 "시를 직접 써 보니까 뭔가 아련해지고 시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비가 와서 시를 쓰면서 더욱 감상적이 됐는데 날씨가 감정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육군 9사단 왕도깨비부대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의 하나인 독서코칭 프로그램 외에도 동아리 독서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또 파주시 교육지원과 도서관정책팀 지원으로 북콘서트와 서평교육을 진행하며 부대 자체적으로 독서동아리 운영은 물론, 월 단위 독후감 경연대회, 분기 단위 독서왕 선발대회, 1·1·30·30운동(1군단 하루 30분 30쪽 읽기)을 진행 중이다.

 

내일신문 2018. 9. 5.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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